전기절약 걱정 없는 온실가스 걱정은 공허한 울림이다
전기절약 걱정 없는 온실가스 걱정은 공허한 울림이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02.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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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저당잡힌 전기요금, 저렴해도 저렴한 게 아니다

신기후체제…전기 소비 행태 바꾸고 전기료도 현실화해야

[한국에너지신문] 전세계적인 이상기후가 생활 전반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전력산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료전환계수를 도입하고 발전소의 판매전력 정산요금이 차등지급되는 데에 ‘환경기여도’와 ‘가동기여도’라는 항목이 붙게 됐다. 그 중 환경기여도는 간단히 말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 방식은 판매전력 정산요금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용량의 전기를 생산하고도 요금을 덜 받게 되는 일이 생기다보니 업계에선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제야 추진되는 일이고 규칙개정위원회와 전기위원회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계에서도 시기상조 아니냐는 입장이어서 현실화가 그리 가까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방향만은 옳은 일이다.

결국 이러한 논의의 결론은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공급자인 업계는 일단 수요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들에게는 곱게 비쳐지긴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미 내려간 전기요금을 다시 올리는 일은 정치인들에게도 경제인들에게도 일반인들에게도 마땅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고민을 해 볼 필요는 있다. 일단 환경 측면, 더 정확히는 온실가스를 배제해 놓고 에너지원의 순환구조만 살펴봐도 현재의 전기에너지 생산구조는 전체 에너지를 낭비한다. 평균적으로 1차에너지원 100단위를 공급하면 2차에너지인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양은 60-70단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정설이다. 생산 과정 중간에 손실도 있어서 실제로 전기에너지로 바뀌는 양을 솔직하게 계산해 보면 절반이 될까말까 하다는 주장도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여기에 발전소 운영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환경 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한다고 하면, 전기에너지는 실상 1차에너지원을 100단위 투입해 20단위 이하를 얻는 과정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나마 평균을 내니 그 정도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처리 비용같은 것은 계산도 하지 않은 금액이다. 좁은 국토의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은 일정 한계가 있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기를 펑펑 써댄다. 열에너지마저 전원을 켜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업무용의 경우 신축건물이 들어서면 전기난방은 필수가 됐다. 예전에 조금 보이던 도시가스 난방이나, LPG난방, 석유난방 같은 것은 이제는 아주 낙후된 건물에서나 보는 유물처럼 돼 버린 것이 현실이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 사용했던 에너지를 실제로 가정에서 사용하면 좋을 텐데, 에너지원을 열로 바꾸고 그 열을 전기로 바꿔서, 그것으로 다시 열을 만들어 사용한다.

전원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50%를 넘는다면 또 모르겠지만, 저렴한 전기료의 이면에는 석탄화력과 원자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자원 수입량은 매년 120억 달러를 가뿐하게 넘어가지만,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전기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일반인이든 산업계든 전기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발전(發電)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걱정하기 전에, 소와 가축들의 방귀와 트림을 걱정하기 전에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주 원인이 우리 각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신기후체제를 넘어서는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도입과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다. 전기절약에 대한 고민, 수입하는 1차 에너지원과 그 순환계통을 그려 보고 과연 어떤 구조로 에너지 소비가 이뤄지는지를 되새기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그 다음은 수입에너지가 아닌 자급자족 에너지원을 찾고, 어떤 것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온실가스와 온실효과를 줄이는 방안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에너지원 중에서 1차에너지원을 먼저 사용해야 할지, 2차에너지를 먼저 사용해야 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몫이다. 2차에너지의 1차에너지원은 무엇이었는지도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 기왕에 신 기후체제를 선도하고 더 나은 환경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외치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은 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선택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도 곱씹어 보아야 한다.

저렴하다고 편하다고 펑펑 쓸 일이 아니다. 전기요금은 오르게 돼 있다. 이제껏 눌러놨던 ‘환경’이 이제야 자기 값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요구에 우리 각자가 답해야 할 때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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