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그리고 에너지자립섬
필리핀, 두테르테 그리고 에너지자립섬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5.27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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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 김태언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최근 필리핀 대통령선거가 시선을 끌었다.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투테르테(Rodrigo Duterte) 후보자가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며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 주요외신들은 향후 벌어질 두테르테식 개혁을 예상하며 보도에 열을 올렸다.

사실 두테르테는 미국의 트럼프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CNN에서 처음 그를 필리핀판 두테르테로 규정한 후 외신기반의 한국언론은 앵무새처럼 그를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렀지만, 그는 이미 지난 1988년부터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30년 이상 정치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정치인이다. 또 필리핀 주요 야당인 PDP라반당을 통해 남부 민다나오 중심의 정치적 기반을 지속적 다져왔다. 특히 필리핀 제3의 도시인 다바오시의 범죄를 재직기간 동안 현저히 낮춘 점은 이번 대선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필리핀은 여전히 각종 생계형 범죄들이 만연해 있으며 사회안전망 부재로 총기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는 필리핀의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젊은층이 투표에 대거 참여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필리핀 젊은층들은 너도나도 투표 후 찍힌 엄지손에 찍힌 잉크를 인증샷으로 올렸다. 두테르테가 관심을 끌기 위해 교황청, 일부 국가를 비난하는 언행을 보여왔지만 그것이 포퓰리즘용 선거 전략이라는 것은 이미 짐작할 수 있는 바다.

이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필리핀 경제다. 두테르테는 민다나오 지방검사 출신으로 경제 비(非) 전문가다. 형법에 대해서는 주민자경단 등 가차없는 행동방식을 추구하지만 다바오 시장 재직시절에도 경제분야는 철저하게 경제전문가들에게 맡겨왔다. 앞서 두테르테는 당선 직후 경제관련 노선에 대해서 현 아키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또 기존에 추진되고 있는 중부루손 하이웨이, MRT 신규노선 등 대형국책사업들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은 매년 6-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 년째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특히 각종 인프라사업과 부동산 붐이 일어나고 있다. 메트라마닐라 내 타기그(Tagig)시 보니파시오 지역 같은 경우, 지어지고 있는빌딩숲들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경제성장과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는 가운데 에너지 수요도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필리핀 내 전력수요는 2014년 현재 1만5193㎿에서 매년 600~800mw씩 늘어나 2030년에는 2만5800㎿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IEA는 필리핀의 전력 공급시설 대부분이 노후화에 이를 시급히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경제인프라에 맞물려 2018년부터는 매달 792kw이르는 심각한 전력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같은 전력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주도의 관련 인프라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마닐라 북부 루손지방에서는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력발전시설 건설이 한창이다. 특히 매년 홍수피해를 겪는 지역환경을 고려해 수차를 이용한 소수력 발전시설들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수자원공사는 필리핀 유력대기업인 아얄라(Ayala)그룹과 손잡고 이 지역 개발에 나섰다. 민다나오 남부 지역의 경우는 필리핀 정부가 일본, 중국 기업들과 손잡고 대규모 태양광 시설들을 건설 중이다. 민다나오 무슬림반군(MILF) 등 치안부재로 형성된 불모지의 땅에 전력발전 시설을 건설해 민다나오 전력자립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에너지자립섬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필리핀은 섬들의 나라라는 예명처럼 7106개의 섬으로 이뤄져 전력계통의 유기적 연결이 어렵다. 최근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하는 코브라도 자립섬 모델도 필리핀의 지리적 여건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융자를 보증하고 필리핀 정부는 토지 및 인력제공,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 시행하는 필리핀 자립섬 시범사업 중 하나다. 관련 전문가들은 필리핀에서 에너지자립섬 모델이 활성화 될 경우 향후 창출될 수요는 무궁무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경제는 두테르테 후보자 당선 후 일부 주식이 폭락하는 등 내홍을 격었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은 두테르테식 필리핀 경제정책에 물음표를 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필리핀 지리적, 경제적 요인들은 정부정책의 방향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실상 두테르테식 에너지정책이 바뀔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한국전력은 일찌감치 1995년도에 필리핀에 진출해 기반을 다져왔다. 2015년 현재 한국전력 필리핀은 전체 필리핀 발전 용량의 8% 수준에 해당하는 1471㎿ 규모를 갖추고 필리핀 내 4위 발전사로 거듭났다. 이제 필리핀 사업은 한전 내 해외사업 중에서도 효자사업으로 손꼽힐 정도다.

공화국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임기 전 대부분 정권초창기에 형성된다. 새 정부 초기에 오히려 에너지관련 사업을 늘리고 공격적인 투자 방식은 정권초기의 우호적인 한-필 협력관계 기대 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감안했을 때 향후 리스크에 대한 셈법을 논하며 기존의 투자를 보류한다던지 재고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부상하는 필리핀의 자립섬 모델에 집중 할 필요가 있다. 두테르테 당선 후 필리핀 에너지분야가 우리에게 재차 강조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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