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왕좌자리 뺏길 수 없다" 사우디, '이란 견제' 석유 공급가 인하
"석유 왕좌자리 뺏길 수 없다" 사우디, '이란 견제' 석유 공급가 인하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6.0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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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럽 수출용 원유가격을 내린다. 숙명의 라이벌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북서부 유럽지역에 공급하는 7월 인도분 경질유 가격을 배럴당 35센트, 지중해 국가는 10센트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여름 가격할인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정비를 위해 가동을 멈췄던 정제공장이 재가동해 수요는 늘어나는 시기다. 마침 나이지리아산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어 공급이 부족하다. 유가가 올라 석유수출국인 사우디 입장에서는 돈 벌 절호의 기회란 얘기다.

그런데도 사우디가 가격을 내린 것은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수니파의 맏형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 앙숙관계다.

특히 사우디의 이번 가격할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2일(현지시간) 6개월여 만에 정례회의를 개최했지만, 감산 합의에 실패한 직후 나왔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해 원유 가격 하락으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신흥국들은 이번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촉구했다. 사우디도 생산을 제한하는 방안에 열린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서방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이 증산 정책을 고수하면서 합의는 물 건너갔다. 오펙을 이끄는 사우디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셈이 됐다. 

게다가 사우디는 이란과 유럽시장을 놓고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관계다. 이란은 현재 하루 40만배럴 규모를 유럽에 수출한다.

이란은 최근 유럽내 국가들과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다음달까지 유럽 수출량을 7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사우디는 현재 하루 80만배럴을 유럽에 수출하는데, 유럽에서 이란이 점유율을 늘리면 사우디 입지가 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란의 가격 할인 경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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