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력 수용가의 반란
[전문가 칼럼] 전력 수용가의 반란
  • 전하진 썬빌리지 포럼 의장
  • 승인 2016.10.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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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진 썬빌리지 포럼 의장

[한국에너지신문] 지난 여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단어 중 전력요금 누진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정도의 기록적 폭염에 에어컨의 수요가 급증해 국민 대부분이 전기요금 걱정이 태산이다.

오죽하면 전기요금이 다시 ‘전기세’라 불리게 되었을까. 전력요금 누진제는 과거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전기의 소비 억제를 위하여 설계되었으리라.

에너지는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가격과 공급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전략 물자였다. 그런 이유로 시장 메커니즘과는 좀 다르게 운영이 되어도 당연한 듯 받아들여져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러한 지위를 유지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진제 논란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과 그 반응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특히 그저 불만을 표출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던 과거와 달리 이제 전력요금 체계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이것은 전기가 발명된 이후 아마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소비자의 저항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는 전기가 비싸든 싸든, 공급이 되든 안 되든, 소비자는 그냥 정부의 정책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한전은 전기료를 내는 국민을 ‘고객’이라 부르지 않고 ‘수용가’라 부른다.

이는 자신들이 주는 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고객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대변하는 용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제 이런 수용가들이 반란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 이런 저항을 가능하게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나타나 빠르게 경제성을 확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을 해야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송전과 배전망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휴대폰을 충전할 만큼의 작은 발전에서부터 대형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로 발전이 가능하다. 불규칙했던 발전시간도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기술발달로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발전에 ‘친환경’, ‘분산’, ‘소규모’ 발전을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굳이 한전의 전기를 받아쓰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누진제가 아무리 불합리해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했던 과거의 ‘수용가’는 이제 반란을 꿈꿀, 아니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은 IT기술과 접목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값싸게 전력생산이 가능해져 한전을 통한 전기 수용은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옵션으로 될 날이 올지 모른다.

또한 한전의 계량기만 믿고 달라는 대로 전기료를 납부하던 종전과 달리 고객들은 실시간 전력사용특정기인 에너톡을 직접 설치하여 관리하기 시작했다. 즉, 에너톡을 통해 현재 우리집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이제 에너지는 한전이나 국가가 시혜를 베풀듯 제공하던 전략물자에서, 스스로 생산하고 사용하고 심지어는 사업화도 할 수 있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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