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같은 실수 되풀이해선 안돼
해외자원개발, 같은 실수 되풀이해선 안돼
  • 한국에너지
  • 승인 2016.10.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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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공기업에 손 벌리지 말고 미래 유망자원 고민해야

[한국에너지신문] 해외자원개발의 재추진 여부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유가의 흐름이 몇몇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의 감산 결의로 다시 조금씩 오름세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여서일 것이다.

유가가 상승곡선만 지속된다면 화석연료와 귀금속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자원개발도 한 번 더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이명박 정부 때와 같은 정부와 공기업의 전방위 지원을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씁쓸한 맛도 없지 않다.

선진국과의 지원 액수 차이 때문에 전방위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나, 잘 알아보지도 않은 사업에 투입된 자금 규모가 컸고, 우리나라의 자원관련 사업경력이 거의 유치원생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향도 없는 전방위 지원을 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해외자원개발이라는 중대한 이슈가 전임 정부의 잘못된 계획과 접근법 덕분에 망쳐졌고, 이제는 공기업과 정부, 다시 말해 국민에게는 이제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자원개발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도박’이라고 하는 관련업계의 격언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화석연료의 최전성기에,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나 성립되는 말이었으리라. 지금은 도박을 해서 한 몫 챙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기업이 사업을 하면 된다. 안 그러면 그야말로 도박 잘못해 쪽박을 차는 격이 될 수 있다.

해외자원개발을 다시 해 보자고 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 사업을 하고 있는 정유 4사는 자원개발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저유가 기조가 한 동안 계속된다면 국내 4사의 정유 부문 수익은 점점 줄어들 소지가 있다. 당장은 좀 힘들겠지만 장기전략을 위해 원유 광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당위성은 그렇다 치고 현상을 보자.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광구를 선뜻 도입할 생각을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익이 있다면 수면 밑으로든 위로든 움직였을 것이다. 장단기적으로 큰 가치가 없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것은 아랑곳없이 오히려 바이오에너지, 석유화학, 2차전지 등에 투자를 한다.
남미의 몇 국가는 석유로 흥했다가 석유로 망하는 중이고, 엄살이 좀 지나친 듯 싶기는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로 한 중동의 국가들은 이제 더 이상 석유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재생에너지가 그야말로 판을 치는 마당에, 얼마 남지 않은 대량 수입국을 잡기 위한 세계적 산유국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이제 중국산 석유제품이 미국에 진출하는 등 세계 업계 상황이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가 가격 하락을 겨우겨우 붙잡고는 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이탈 분위기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구 소련 국가들, 오만과 같은 비회원국의 자체적 가격정책도 변수인 것은 마찬가지다.

해외자원개발의 상황이 언뜻 보기에는 무르익은 것 같아 보인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좋은 광구가 저렴하게 급매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급매 물건은 정가가 확실하게 붙어 있지 않는 한, 파는 사람은 항상 싸게 판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는 사람은 그 가격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흥정을 할 수 있고, 제대로 된 가격에 적절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싸다’는 인식에 갇힐 것이 아니라, 2000년대 후반 당시에 샀던 광구들의 손실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물론 수익이 나는 광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예외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 해외자원개발을 다시금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하자는 것은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이라면 민간기업이 기존 사업을 모두 팔아서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 국민에게 여전히 손을 벌리는 한 그 사업의 수익이 날 가능성은 아무리 좋게 쳐 주어도 50대 50이다. 더군다나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정부와 공기업엔 투자할 돈은커녕 빚밖에 남은 것이 없다. 그것도 매년 꾸준히 원금과 이자가 갱신되는 중이다.

만약에 해외자원개발을 꼭 해야 한다면 미래의 유망 자원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진지하고 분명하게 성찰을 해야 한다. 안 되면 다른 나라에 가서 배워오기라도 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도 성찰도 개념도 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돈이 없어서 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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