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각국 전기차 정책…시장 성숙도는
무르익는 각국 전기차 정책…시장 성숙도는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6.10.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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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신문] 세계 각국의 전기자동차 시장은 이제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물론 보급 대수로 보면 세계적으로도, 단일 국가별로도 미미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전세계의 전기자동차 누적보급대수는 125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전기차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도 7000대, 유럽도 8000대, 일본도 1만대 정도다. 우리나라도 누적대수는 6000대 정도다.

하지만 이제 각국의 관련 정책은 성숙하고 있다. 점점 전기차가 대세가 되어 가는 과정을 눈만 껌뻑거리며 지켜보고만 있는 단계에서는 벗어났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충전소 확충을 위시로 한 육성 정책을 통해서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끌어가는가 하면, 보조금만 노리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등 난개발 분위기가 고조되면 이를 정비하는 등의 노련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육성 정책의 대표격이라면 러시아를 빼 놓을 수 없다. 

러시아는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집중해 떨어지고 있는 보급률을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보급대수로는 후진국이지만, 보급 성장률로는 선진국 지위를 넘보는 헝가리 역시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보조금만 노리고 시장에 들어온 ‘보조금 편취기업’을 솎아내는 정책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충전시설 확충 집중·혜택 강화…인프라 구축 속도↑

▲ 러시아는 정부가 모든 주유소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도록 권고할 정도로 충전시설 확충 의지가 높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보급대수 아직 미미하지만 
주유소 충전시설 의무화 버스전용차선 이용 혜택 등
빠른 정책 결정·실행 장점 전기차 신흥 시장 기대

러시아는 정부의 전기자동차 관련법규 등의 제정 및 개정 속도가 빨라 관련 산업 성장 속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는 전기차 보유자에 대한 각종 혜택이 매우 다양하고 획기적인 사항이 많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모스크바 시내는 교통난과 주차난이 심각해 전기차의 버스전용차선 이용 허가, 시내 무료주차 등의 혜택이 제공될 경우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게 하는 강력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현지의 자동차 관련 조사 기관 등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러시아에는 700여대의 전기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미쓰비시, 닛산, 테슬라, 르노, BMW 등 브랜드도 다양하다.

2016년 상반기 러시아 내 전기자동차 총 판매대수는 33대로, 전년동기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2016년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은 위축세를 보여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는 89만 5357대를 기록하고 전년동기대비 14.9%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감소세다. 러시아 정부가 전기자동차의 구매자와 소유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지원은 충전소의 증가다. 러시아 현지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 따르면, 현재 모스크바 지역에는 약 30개의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으며, 충전소 설치 비용은 가장 기본적인 설비의 경우 미화로 약 1500달러, 최신의 고속 충전 설비의 경우 5만1000달러 등이다.

러시아 국영 도로회사 등에 따르면 현재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구간 고속도로 ‘M-11’과 모스크바 외곽 순환도로의 휴게소 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M-11 고속도로에 건설되는 약 15개의 휴게소마다 3~4개의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2015년 8월 러시아 국무총리가 서명한 관련 법안에 따르면 2016년 11월 1일부터 러시아의 모든 주유소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돼 있다.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초안 마련을 완료한 ‘2025년까지의 러시아연방 전기자동차 발전 계획’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소유자는 향후 버스 전용차선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고, 도로 이용료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시내의 경우에는 무료주차를 할 수 있고, 전용주차공간도 설치된다. 자동차세도 감면받을 수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소 부지 매입과 충전소 건설 과정을 간소화하는 한편, 러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기자동차 비중 목표를 부여하고, 쇼핑센터 주변이나 시내 주차장에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러시아의 현재 정책 결정과 집행 속도를 보면 목표 연도인 2025년에 앞서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난개발에 ‘칼’ 뺐다

▲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불리지만, 그 뒤안길에는 보조금을 빼먹는 불량기업도 도사리고 있다. 현지 배터리공장에서 직원이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보조금 편취 배터리 관련 기업 난립
정부 올해까지 ‘산업발전 지침’ 발표
발전 목표 등 구체화 업무체계 수립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등 관련 산업의 난개발 상황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고 중국 현지 경제 매체들이 최근 보도했다.

‘21세기 경제보도’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는 실제로는 육성책이지만, 내용 중에는 기술 향상 등에 대한 노력 없이 보조금만 빼 먹는 ‘보조금 편취기업’들에 대한 명단 공개 등도 들어 있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은 협력시스템 부재로 공장 증설에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등 핵심기술은 없는 채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지경에 처해 있다. 중국 내에 전기차 배터리 기업은 많지만, 100만Wh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10여곳에 불과하다. 제품 제조 과정 중 주요 부속품이 부족해 제품 품질이 저하되거나, 배터리 충전 관리 시스템이 열악한 경우도 다반사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과 신에너지 자동차산업이 연관산업으로서의 통일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술발전 계획,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 품질 보증 시스템, 배터리 회수 등 여러 방면에서 배터리 산업과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에는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현지 신문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최근 중국 당국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면서도 보조금을 받아온 배터리 관련 기업과 신에너지자동차 관련 기업 등 ‘보조금 편취 기업’을 찾아내고 있다.

급기야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보조금 편취기업이 집중된 분야의 보조금 자체를 줄이고, 기준미달 기업은 명단을 공개해 엄격한 처벌을 단행하기로 했다. 처벌내용은 보조금 회수, 벌금 부과, 보조금 취득 자격 박탈, 생산자격 박탈 등이다.

보조금 지원에 관한 수정안도 곧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수정안에는 기존 정책을 기반으로 신에너지 차량의 에너지 소모율·주행거리·전지 안전도·기업 신용도 등 한층 강화된 기술적 기준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이 몰려 있는 신에너지 버스에 대한 보조금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은 이미 2020년 이후 신에너지버스에 적용되는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가용이나 기업용 승용차는 보조금 혜택을 확대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류용 전기자동차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용 자동차나 자가용 자동차 등에는 삼원계 배터리 등이 사용돼 현지에서는 삼원계 배터리의 수요가 급증하고 산업도 육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4.4GWh 수준이었던 중국 삼원계 배터리 수요는 향후 10G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다양한 조치를 담은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산업발전 지도의견’ 지침을 마련해 올해 내로 발표하기로 했다.

이 ‘지도의견’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발전 목표, 주요 임무 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국가 동력 배터리 혁신센터(國家動力電池創新中心)’ 건립, 리튬배터리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배터리 연구·개발, 전기차 배터리 산업체 공동 발전, 제품 안전을 위한 품질 검사, 전기차 배터리 관리업무 체계 완비 등의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 ‘등록대수 5만대’ 꿈꾼다

▲ 헝가리 정부는 2020년까지 5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할리 바르가 헝가리 재무장관이 전기자동차에 충전을 하는 시연을 하고 있다.

전기차량용 부품·충전시설
관련 공공 프로젝트 활성화

헝가리의 전기자동차 시장이 정부 주도로 점차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기자동차 부품과 충전시설, 공공 프로젝트 등의 분야에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전기자동차 이행계획’을 만드는 등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등록대수를 5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 헝가리에서 등록된 전기차량 수는 130대로, 전 유럽국가에서 등록된 18만 6170대의 약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비해 폴란드는 259대, 체코는 298대 등 주변 동유럽 국가는 두 배 이상의 등록대수를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역으로 헝가리의 관련 산업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헝가리는 2014년만 해도 전기자동차 등록대수가 39대 불과했다. 헝가리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016년 8월까지 헝가리에서 등록된 일반 가정용 전기자동차량은 110대로 2015년 115대를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이행계획’에 따라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교와 지역 중소기업이 전기자동차 충전 기술을 개발해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헝가리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충전소에서는 한 번 배터리를 완충하는데 약 15~2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에서는 최근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서 1000개의 충전소 설치를 위한 예산 12억5000만 포린트(약 50억원)를 투입하는 등 충전소 보급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7년까지 헝가리 내 주차장 100곳 중 1곳은 의무적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도록 제도를 정비했으며, 2019년 1월까지는 100곳 중 2곳은 의무적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

헝가리 정부는 전기자동차 구입 시 등록세 면제, 헝가리 12개 주요 도시에서 공공 주차장 주차비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도심 버스차선 이용 혜택 등 전기자동차 구입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구입 시 차량 가격의 21%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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