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중국이 ‘변수’임을 몰랐던 것이 실수
[양재천에서] 중국이 ‘변수’임을 몰랐던 것이 실수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3.2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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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업계, 기술 격차 벌리고 판로 다변화할 방법 찾아야

[한국에너지신문] “중국이 계속 후진적일 줄 알았던 게 실수죠.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산업계도 중국이 앞서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인재도 많고, 기술개발 의지도 큰 편이죠. 값싸게 만들어서 많이 팔아먹는 ‘을’ 공장 노릇은 중국에선 이미 옛날 얘기처럼 생각해요. 중국이 ‘갑질’을 할 걸 상상하지 못한 게 문제였던 겁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와 관련된 대화가 이어지던 중 돌연 이런 얘기를 꺼냈다.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산업계 피해가 실제로 심각한지,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실제로 어느 정도 와 닿는지를 물었더니 들려준 대답이다.

중국이 실제로 후진적이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후진적이지 않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선진 지역과 후진 지역의 편차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낙후된 곳과 번화한 곳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그 어느 나라에도 그런 차이는 존재한다. 하긴 상하이 같은 전통적인 대도시는 이미 10년 전에도 대도시였고, 그 정도가 아니라 100년 전쯤에는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국제적인 도시였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산업계는, 더구나 에너지 관련 산업계는 너무 뒤늦게 중국을 괄목상대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 ‘제까짓 게 뭔데 우리 물건을 마다해?’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중국 당국의 인증 강화에 대한 불만도 사실은 그런 식의 접근이다. 더 이상 그러면 안 된다. 아니, 전부터도 그랬으면 안 됐다.

어느 나라나 선진국이 되어 갈수록 공산품 중 수입하는 품목보다는 내수로 해결하거나 수출하는 품목이 많아지게 돼 있다. 더구나 중국이다. 사람 수로 보나, 땅덩어리 크기로 보나 내수시장만으로도 ‘되는 장사’를 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내수를 우선으로 둘 것이다. 수출은 지금껏도 많이 해 왔다.

수입하는 품목이 있더라도 품질인증 등 요구조건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중국에서도, 아니 그 어느 나라에서나 좋은 품질을 실제로 소비자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비슷한 선진국 수입품을 환영할 나라나 국민은 없다.

그러면 중국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내수품으로 모든 필요를 채우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분명히 아직도 중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존재한다. 품질과 기술의 차이가 확실한 분야, 직접 설비를 들이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분야, 당장은 쓰이지만 미래에는 더 많이 쓰일지 그렇지 않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분야는 이들도 수입을 해서 쓴다.

대표적인 게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이다. 여전히 경유가 많이 쓰이는 중국은 산업과 교통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부작용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경유의 황 함량 기준이 강화됐다. 그러자 중국은 인근 국가의 고품질 경유 제품 수입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판국에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가 우리나라다. 지난달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한 경유가 36만톤이 넘고 수출액 기준으로는 1억 8000만 달러나 된다. 같은 기간 부타디엔 수출량도 1만 2400톤으로 늘어났다. 이들 품목은 이전 달에 비해서는 딱 두 배씩 성장했다. 나프타 수출량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급속한 감소는 없다. 나프타와 부타디엔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원료다. 우리나라의 관련 제품 품질은 비약적으로 좋다.

자,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다.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지 않으려면 중국은 포기해야 한다. 이제껏 생산해 놓은 제품이 걱정된다면, 다른 판로를 알아봐야 한다. 지금 막 필요하지만, 기술 격차가 큰 나라를 찾아봐야 한다. 중국을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달라진 중국을 대해야 할 ‘투트랙 전략’이다.

말이야 쉽지 가능하겠는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시장은 어느 나라나 정책과 관련돼 있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필요하기에 완성된 시장이 아니다.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지나친 욕심만 안 부린다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어려운 싸움이겠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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