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태도’와 ‘방향’부터 바꿔라
[양재천에서]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태도’와 ‘방향’부터 바꿔라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7.04.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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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희 기자

[한국에너지신문] 정부3.0.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넷을 아무리 싹싹 뒤져보아도 도대체 개념은 잘 잡히지 않지만, 이걸 내세워 경진대회를 했다느니, 표창을 줬다느니 하는 일들이 곧잘 기사화돼서 나온다. 잘한 걸 칭찬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표창과 상금과 점수를 주는 일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명확한 개념을 경진해 표창하는 것은 예산 낭비 아닐까. 정부가 ‘정부3.0’이라는 것을 한창 홍보할 때쯤, 그리고 그것을 주도한 정부가 이제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도 그게 낭비라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미 공기업과 정부부처 공공기관 경영평가도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평가가 넘쳐나는 걸 보면 낭비인 게 확실하다.

개방, 공유, 소통과 협력이 중요한 가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왜 그 가치를 ‘정부 3.0’으로 정의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사실상 모르는 것 같다. 물론, 하달된 지침에 의해 실행을 하는 부서나 담당자를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 가치들을 구체화하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정부3.0’을 말하기 전에, 개방과 공유와 소통과 협력을 말하기 전에 태도와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부 부처나 공기업에서 내는 보도자료에서 ‘바꿔야 할 방향과 태도’가 읽히는 건 자연스럽다. 보통 보도자료 지면의 맨 위나 아래에는 ‘정부3.0’이라는 로고가 찍혀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방향은 항상 내부의 임직원을 향한다.

신문에 내는 보도자료지만, 일반 시민은 눈 밖에 난 듯하다. 뉴스의 독자 중에는 분명히 임직원 아닌 일반 시민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포함한 기관 대표자가 하는 중요한 마무리 발언은 항상 내부를 단속, 지시, 치하, 당부하고 격려한다. 이 정도면 보도자료가 아니라 ‘사보(社報) 자료’다.

사보자료가 아닌 보도자료에서 기관 대표자의 마무리 발언은 적어도 고객과 시민에 대한 약속이거나, 기관장의 다짐이거나, 자신을 포함한 직원들의 결의여야 한다. 그것이 고객인 일반시민에 대한 개방과 소통이다. 기관 대표가 직원들에게 하는 말은 있어야 하겠지만, 고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마치 일반 시민을 임직원으로 대우하는 듯한 태도여서 좋지 않다.

더구나 내부에서의 의사전달방식이라지만 또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방식이다. 물 흐르듯 흘러간다는 얘기가 아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혼내거나, 칭찬하거나, 일을 시키거나 하는 식이란 얘기다.

군사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탓이라지만 자제해야 한다. 공유와 협력이 중요한 가치라고 주장하려면 수평적 문화 확립까지는 하지 못해도, 군사정권 시절의 수직적 문화를 알게 모르게 드러내선 안 된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 수직체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가지고 있되,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와 ‘현장에서 드러나는 분위기’의 불일치는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가 현장에서 드러나는 분위기보다 훨씬 우월한 만큼 당연히 그쪽으로 수렴돼야 한다.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가 ‘3.0’이든 ‘4.0’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태도가, 그리고 방향이 중요하다. 그걸 놓치면 아무리 좋은 구호를 붙여도 말짱 헛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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