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관리원, 석유 연구 메카에서 미래 에너지 개발 선도까지
석유관리원, 석유 연구 메카에서 미래 에너지 개발 선도까지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8.01.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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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석유 시장 투명화·미래 에너지 연구’ 주도하며 국민과 더 가까이
▲ 한국석유관리원 본사 전경

[한국에너지신문]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신성철)은 최근 ‘비전 2025’를 선포했다. 새로운 비전은 ‘석유와 미래 에너지의 가치를 실현하는 국민의 케이-페트로(K-Petro)’다.

석유와 미래 에너지의 품질·유통관리, 연구·개발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국가의 산업과 국민의 이익에 기여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비전 달성을 위해 ▲안전하고 투명한 석유 시장 실현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소통과 상생 기반의 공유가치 창출 ▲지속가능한 경영환경 조성이라는 4대 전략목표도 새로 설정했다.

석유관리원, 10개 지역 본부서 품질검사·유통관리 등 본업 충실
충북 오창 석유기술연구소는 성능평가·연구개발 담당

석유관리원은 처음 1983년 ‘한국석유품질검사소’라는 이름의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국내에 유통되는 석유제품 품질과 유통관리, 연구개발, 시험조사 등을 하기 위해서다. 석유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석유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당시 에너지 업계의 가장 중차대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2005년 한국석유품질관리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9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재설립해 석유유통관리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때 현재의 ‘한국석유관리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석유관리원은 정유사와 주유소, 그리고 일부 정부부처가 하는 일 이외에 석유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취급한다. 주요 업무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와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품질검사와 유통관리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휘발유, 경유, 윤활유, LPG 등 모든 석유류 제품은 석유관리원의 관리범위에 들어와 있다. 최초 생산단계인 정유사에서부터 주유소 등 최종 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적정한 품질이 유지되고 가짜석유로 불법 유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내에는 본원 외에 10개 지역 본부가 있다. 이곳에서는 석유사업자를 대상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시료 채취 및 시험분석 등을 시행하는 품질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그밖에도 정량미달 판매 점검, 불법 시설물 점검, 판매업별 영업 범위 및 방법 위반 여부 판정 등의 유통검사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석유사업자 계도 및 예방적 차원의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주유소를 대상으로 ‘석유사업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400여 개의 주유소와 함께 ‘석유인증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이 석유제품을 조금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확인, 가짜석유 압수물 처리, 표준개발, 석유업계 및 소비자에 대한 기술지원 등도 이 기관이 맡고 있다.

▲ 오창 석유기술연구소 전경

충북 오창에 있는 석유기술연구소는 성능평가와 연구개발을 담당한다. 첨가제를 가장한 가짜휘발유를 유통해 물의를 일으킨 ‘세녹스 사태’가 설립의 계기를 제공했다. 자동차 고장 등 가짜 휘발유의 실제 폐해 규명과 대체연료 연구를 위해서다. 2005년 연구개발처와 시험기술처 등이 한 데 옮겨 연구개발센터로 승격되면서 현 위치인 오창에 자리를 잡았다.

국내 유일의 석유와 석유 대체 에너지 전문연구기관으로, 이 분야에 대한 종합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대체연료로는 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바이오가스·유화연료유·디메틸에테르(DME) 등을 연구하며, 최근에는 수소 연료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배출가스, 연비, 극저온 시동 등 자동차의 성능평가를 수행하고, 석유제품 등에 의한 토양오염을 조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연구 수준과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는다. 한국인정기구 국제공인시험기관 및 국가공인검사기관, 영국교통부 차량인증국 시험기관, 배출가스 저감장치 인증시험기관,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측정시험기관, 건설기계 배출가스 인증시험기관 등으로 지정돼 있다. 2010년까지 녹색기술연구소라는 이름을 쓰다가 2012년 현재의 명칭인 석유기술연구소로 바꿨지만, 연구 범위로만 따지면 ‘석유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부가 최근 신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석유관리원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연료의 혼합의무화 제도(RFS) 관리기관으로 지정돼 발전용 바이오중유 등의 시범 보급사업을 운영한다. 석유관리원은 바이오 중유, 바이오항공유, 미세조류에너지와 폐기물에너지 등 차세대 에너지원의 국내 상용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인터뷰 / 신성철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전 유종 수급보고 이관·신사업 확장’ 두 토끼 잡을 것"

▲ 신성철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

신성철 이사장은 석유관리원 역사의 ‘산 증인’이다. 관리원의 전신 석유품질검사소가 설립된 이듬해인 1984년 3월 신입 공채 1기로 입사해 4년 차 시절인 1987년 동력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02년에는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30여 년간 검사·연구·시험 등 관리원 핵심 업무 중 다뤄 보지 않은 것이 없다. 석유업계를 뒤흔들었던 유사 휘발유 제품 ‘세녹스’ 사태 당시인 2004년, 검사처장이었던 그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세녹스를 단속한다는 오해를 ‘실증시험’을 통해 한 방에 해결했다.

품질관리처장 시절이던 2012년에는 가짜 휘발유 근절을 위해 원료물질을 차단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업기획처장을 맡은 2014년에는 석유제품 유통관리와 품질관리 체계화를 위한 석유제품 수급보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에 앞장섰다.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바이오디젤의 생산과 보급, 바이오에탄올 혼합비율 연구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연구 업무에도 종사했다. 2016년 11월 취임한 그는 이천호 전 이사장(2008~2011)에 이어 내부 출신으로는 두 번째 이사장이다. 올해는 석유관리원이 출범한 지 35년이 되는 해다. 2025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하면서 기관의 틀을 다잡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경영자로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양손잡이 경영’이다. 기관장은 고유업무와 신사업을 모두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의 고유업무는 가짜 석유제품 유통 근절인데, 이미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해내고 있다. 지난해 1000억 원대 가짜 경유를 제조한 일당을 적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간제품과 정상적인 경유를 섞는 등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수법이어서 잡아내기가 어려웠는데도 잘 해냈다.

신사업은 석유품질 연구, 시험, 인증과 같은 것들이다. 이 분야는 확장해야 한다. 성과가 잘 안 나타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원래 ‘적발’은 커 보이고, 연구, 시험, 인증 분야는 잘 안 보인다. 부설기관인 석유기술연구소가 축적한 기술만도 상당한 수준이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 1000억대 가짜 경유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일당들은 정유사 정제시설에서 석유중간제품인 경유 유분 7380만 리터를 정제유 생산용으로 공급받았다. 여기에 정상적인 경유를 일정 비율 섞어서 자동차용 경유 품질기준까지 맞춰가면서 가짜를 제조했다. 이들은 2012년 8월부터 경기도 남부와 충청도 인근 36개 주유소에 이렇게 만든 가짜 경유를 팔아넘겼다.

이때 유통된 경유가 시가 기준으로 1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 사건 이후에 가짜 원료로 이용되는 수입정제연료유를 다른 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수입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유기 용제 유통사업자에 대한 특별점검도 벌였다.

▲ 온갖 교묘한 수법으로 제조해도 다 잡아낸다면 가짜석유는 사실상 근절된 것 아닌가.

-그렇진 않다. 1000억 원대 가짜 경유 사건처럼 틈새를 노리고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지난해 말에 산자부, 국토부, 국방부, 농림부, 해수부, 관세청 등과 함께 석유제품 유통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만들었다. 면세유 불법유통이나, 유가보조금 편취 등의 사례에 대해서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가짜 석유 제조원료가 수입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비슷한 움직임이 잡히면 역추적하고 있다. 최근에 농업용 면세유 분야에서 가짜나 등유 불법 사용 등이 적발되는 사례가 꽤 있는데,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중점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 가짜석유 적발을 위해 기관 차원에서 더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유통관리를 철저히 하면 가짜석유 제조자 일당의 덜미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가짜를 근절하려면 수급보고를 석유공사가 아닌 석유관리원에서 받는 게 맞는다고 그전부터 생각해 왔다. 이 생각을 정책으로 옮겨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발전용 바이오 중유, 7월부터 부생연료유판매소, 부산물 석유제품생산판매업자, 주유소와 거래하는 일반판매소 등에 대해 석유관리원이 보고를 받는다.

바이오디젤 같은 석유대체연료 보고도 그해 10월부터 받고 있다. 올해는 ‘1000억대 가짜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석유중간제품’을 세분화하는 게 1차 과제다. 이것도 역시 수급보고를 올해 안에 관리원으로 이관시킬 계획이다. 석유류, 석유대체연료, 석유중간제품 등 모든 제품의 수급보고를 관리원으로 이관시키는 것이 목표다.

▲ 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 적발 사건 때 외에는 국민이 잘 모른다.

-국민이 잘 모르는 건 우리만이 아니라 에너지 업계 민간기업과 공기업 모두의 숙제 아닌가. 그래서 최근에는 곧 성장해 시민이 될 중고등학생 557명과 ‘석유제품 바로알기’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석유관리원이 주관해 진행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지난해 연간 170여 회에 걸쳐서 소비자 차량연료 품질을 무상으로 점검해 주기도 했다. 이미 전국에 400개가 넘게 개설된 석유관리원 품질인증 주유소도 앞으로 더욱 많아진다. 이렇게 노력하면 이름은 차차 알려질 것이다.

▲ 등유, 휘발유, 경유 등은 품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종은 품질기준이 시간이 지날수록 향상된다. 하지만 품질관리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사각지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윤활유와 항공유 품질검사, 액화석유가스(LPG) 정량검사 같은 것을 최근에 도입했다.

또 공군 항공유부터 군부대 수령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정유사가 군에 공급하기 전에 회사별로 연 4회 품질점검을 한다. 군용 유류는 전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국내에 공군의 연료유를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은 우리밖에 없다.

▲ 기관장으로서 직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법이 있나.

-‘경영혁신’이라는 말에는 그 책임을 마치 경영자만 져야 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물론 최종 책임은 기관장이 지겠지만, 고객도 직원도 얼마든지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안된 내용이 타당하다면 가능한 한 경영에 반영하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에 133건의 직원 제안이 들어왔고 이 중 절반인 66건을 채택해 발표했다. 그중에 15건 이상이 업무 개선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기관장은 직원들이 머리를 짜내서 만든 제안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실제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면 직원들이 더 참여하고 싶어지지 않겠나.

▲ 국내 석유 유통업계와는 관계가 어떤가.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은 동반자가 돼야 한다. 품질 좋은 석유제품이 원활하게 유통되고 가짜 석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협조가 필수다. 회원사들이 회비를 안 내서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석유관리원이 도울 일이 있다면 앞장서겠다.

▲ 해외의 유관기관들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연수와 초청교육 등 개발도상국이 석유품질관리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몽골 광물석유청, 베트남 국영정유회사 등이 시험실을 만들 때 석유제품 시험분석 기술향상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몽골이나 베트남 외에도 최근에는 중남미 국가인 코스타리카와도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프랑스 석유에너지연구소 같은 연구기관들과 전문인력 양성에 서로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나 프랑스 기관과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석유관리원 발전방안을 만들기도 했다.

▲ 올해 석유관리원 주력 사업은 어떤 게 있나.

-앞에도 말했지만, 석유 중간제품을 세분화하는 작업을 올해 안에 끝내고, 세분화가 끝나면 수급보고도 확실하게 이관시킬 생각이다. 또 시험, 연구, 인증 등의 신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일반대리점이나 용제대리점, 부생연료유 판매소 같은 석유판매업 등록확인 업무도 관리원에 올해 7월부터 위탁되는데 이 업무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 사업 범위가 방대해진 만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직제상 정원이 347명에 불과한데, 정부와 관계 기관에 다각도로 건의해 정원 증원의 계기를 올해 반드시 만들겠다.

ㅣ 신성철 이사장은 ㅣ
● 1958년 3월 3일 (서울) 출생 
●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 가천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신에너지공학박사과정(수료)
● 한국석유관리원(1984~) 연구센터장, 기술정보처장, 수도권본부장, 호남지역본부장, 품질관리처장, 사업기획처장, 수도권북부본부장,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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