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대통령의 UAE 방문과 에너지 전환
[전문가 칼럼] 대통령의 UAE 방문과 에너지 전환
  • 정환삼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8.04.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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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삼 책임연구원

[한국에너지신문] 지난달 22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UAE 방문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 주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10년 전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에서 원전보유국 진입을 원하 는 국가들의 애로와 준비사항들을 정리하는 연차회의 중 OPEC 국가들의 참여 확대 필요성과 성공적인 원자력 활용국을 선정해 사례집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다음날 “한국이라면 이러한 목차에 들어갈 것”이란 예시도 발표했다. 이 제안이 채택된 이듬해부터 흰색의 전통 복장으로 성장(盛粧)한 중동국 대표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그리고 ‘Best Practice’ 부문에는 한국이 선정되어 최초 원전 도입에서부터 기술 자립까지의 과정과 원전의 유용성 경험을 담은 보고서가 준비됐다.

이 보고서 발간을 두고 국제기구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단 후일담이 있으나, 원전도입을 원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책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어 2010년 초 개최된 연차회의에서는 UAE에서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프랑스와 일본 대표들의 시기 섞인 축하를 받았다. 당시 참가국 대표 모두에게 점심을 쏘느라 출장비가 바닥나 버렸지만, 원자력 정책에 종사해 온 보람을 만끽할 수 있었던 기분 좋은 회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UAE 방문에서 바라카 원전사업이 가장 우수하고,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모델일 뿐만 아니라 한국만한 기술협력 파트너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사업은 양국 호혜 협력의 살아있는 증거이고 제3국 공동진출에 협력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야 할 필요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8월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원전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한 기술’로 여겼던 데 비하면 다른 취급이다.

이번 순방에서 경험한 원자력이 대통령께 새로운 인상으로 남길 바란다. 안전하지 않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안심하기 어렵다는 국민의 우려 때문에 탈원전을 표방했다는 정치적 타협점이었길 바란다.

정부 에너지 정책의 기조는 분산형 에너지 도입 속도에서 보면 에너지 시민단체의 ‘에너지 전환’ 주장과 맥이 닿아있다. 이들은 에너지 체제가 앞으로는 지역단위 소규모 주민참여 의사 결정형 친환경성 에너지로 바뀌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덴마크, 독일, 프랑스 등을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이래 지금까지 이 지역에 보급되어 온 분산형 전력공급 시스템이 중앙집중식 대량공급 방식의 단점을 극복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다만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유럽의 국가들에서 자치정부가 가질 수 있는 좋은 수익모델이 된 것은 사실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지역에너지 개발 노력과 함께 전력공급에 있어 전통적인 가치관도 중시하고 있다. 독일은 2011년 에너지패키지 발표를 통해 전력공급의 안정과 효율을 추구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에너지 자립도 향상과 온실가스 감축 그리고 국가 경쟁력 강화 지원을 목표로 2015년 에너지 전환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2014년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 안보, 경제적 효율, 환경 그리고 안전을 도모하는 소위 ‘3E+S’를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전통적 가치관을 넘어서려면 그만큼의 자기개발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전력공급 체계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 잉여’를 극대화하는 목적함수를 갖고 발전해 왔다.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공급방식의 대체보다는 기존방식의 보완으로 구현될 때 국민들의 에너지 복지를 높일 수 있다.

이번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기념식 참석을 보면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방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에너지 정책 수립자들이 에너지 정책 요소들을 ‘경쟁과 대체’가 아니라 ‘보완과 조화’의 관계로 취급하는 시발점이 되기 바란다.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둔 우리 경제가 4만 달러까지 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적신념 구현의 실험장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동력원으로 여기는 의식전환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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