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신문] 총 3회에 걸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토론회가 지난 11일 끝났다. 토론회는 정부가 발표한 수정 보완된 로드맵 초안에 대해 민간, 학계, 산업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진행됐다. 그러나 토론회 기간과 일정, 준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단 기간이 너무 짧았다. 신고리 5·6기 공론화의 경우는 일반인들을 모으고 자료를 배포하고 공부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질문하고 선택하는 데에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수정된 로드맵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오랜 기간 동안 논의해 만들었지만,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로드맵 초안 발표 날, 광화문에서는 1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문제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강남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관련 산업계 설명회’였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 배출권거래제는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정책이다.
한날한시에 비슷한 정책에 대한 토론과 설명이 있으니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3차 토론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3차 토론회가 열린 11일 소공동에서는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주관 ‘국제 온실가스 콘퍼런스’가 열렸다. 1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고위 공무원이 이 자리에서 축사를 했고 로드맵 보도자료에 담당자로 이름이 올랐던 공무원은 발표를 했다.
행사 준비 부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로드맵은 관계부처 합동 정책이지만 2차 토론회에는 산자부, 국토부 공무원은 배석하지 않았다. 늘어난 국내 감축량, 특히 산업·건물부문으로 넘어온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 해당 부처는 답변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일단 정부의 ‘무관심 유도 작전’은 성공이다. 1차 토론회는 로드맵 최초 공개 덕분에 행사장이 가득 찼다. 하지만 2·3차 토론회에는 수십 명밖에는 오지 않았다. 의견은 온라인에서도 받았다지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은 고작 7건이다. 앞으로 토론회 일정은 없다. 결국 정부 뜻대로 국민은 온실가스에 무관심해졌다.
잡음이 없는 의견수렴 과정은 없다. 정책 변경에 따른 충돌은 당연한 일이다. 의견수렴은 충분해야 한다. 의문 해소, 논의, 조정은 여러 번 거칠수록 좋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관심을 유도했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은 미세먼지 대책, 에너지기본계획, 배출권거래제와 밀접하다. 당장은 국민의 관심을 피했을지 몰라도, 관련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계획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