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블랙홀이 일어나야 정신 차릴 것인가?
전국 곳곳에서 블랙홀이 일어나야 정신 차릴 것인가?
  • 남부섭
  • 승인 2024.01.1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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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 28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현재의 3배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서명했다. 향후 7년 내에 현재 7% 수준의 재생에너지를 20%이상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국제 합의보다 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원전으로 모자라는 탄소 감축을 채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3배 달성이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목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는 1988년 재생에너지 정책을 처음 실시하면서 2000년까지 3%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23년 지난해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7% 남짓,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한 지 35년의 실적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되었다 해도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따른 한전의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계통선을 더 깔아야 하고, 수요와 공급, 부하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한전은 이 분야의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에는 계통선과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잡기도 어렵고 주요 계통선에 대한 투자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가 넘음에도 계통관리를 잘하고 있는데 10% 남짓한 한전은 재생에너지 때문에 계통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발전원이 다양해지는데 따라 계통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투자를 할 형편은 안 되고 기존 시설로 운영하려니 울며 겨자 먹는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한전이 그 중추이고 한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모든 전력산업이 위축된다.

한전이 현재의 경영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배 늘리는 것은 하나마나 한 이야기고 전력산업 자체가 시간이 흐를수록 선진국에 비해 뒤쳐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은 한전의 경영적자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오직 물가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기요금을 통제하고 있다.

연초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물가가 안정된 덕분에 OECD 국가 중 2위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KBS와 신년 인터뷰에서 물가에 최우선을 두고 부득이 할 경우, 전기요금을 현실화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산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는 측면은 조금도 없었다.

정치권도 다를 바 없다. 한전은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전기술 지분을 팔고 있는데 여의도에서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면서 전기료를 깎아 주고 있다. 전기료를 물가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전 정권이나 현 정권이 한 통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제 원유 가격이 안정되면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깔고 원유 가격의 안정을 기다리는 듯 했다.

올해 국제 원유가는 80불 대 중반으로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동전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의 인내력으로 중동전이 확전되는 상황을 피하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미국의 인내력을 시험이나 하려는 듯 아랍 국가의 기세는 날로 등등해 지고 있다. 당장 국제 유가가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우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은 유럽에 대한 에너지 지배권을 더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향후 국제 원유가격이 80불대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우리로서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유가가 100불대를 넘어서면 한전은 파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한전의 경영구조가 개선될 여건은 더욱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전을 끝없이 정치의 도구로 삼는 우리 정치권, 전국 곳곳에서 블랙홀이 일어나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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