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적 양심도 이해되지 않는 사회
학자적 양심도 이해되지 않는 사회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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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63명이 학자적 양심을 걸고 관악캠퍼스에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해당 지자체, 일부 시민단체가 벌떼처럼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 중에는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공개적으로 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서울대 교수는 부안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만 하다고 했다. 원자력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위험성이 있어 많은 국민들이 처분장 건설을 반대한다면 내가 일하는 일터에 짓는 것을 고려해보겠다는 양심적 견해를 표명한 것에 불과한데 벌떼처럼 달려들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뜻이다.
처분장 건설 부지선정 작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부안사태는 기본적으로 처분장 건설을 막으려는데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 것인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아니라 일부 단체는 막무가내식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대부분의 학장이 서명하여 유치신청을 해보겠다고 발표했으면 최소한 그 심정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보자고 해야하는 것이 시민단체가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닌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지하동굴방식으로 처분장을 건설하는 것이 안전면에서 우수할지는 몰라도 수송이나 관리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지을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확정하여 건설하는 것처럼 치부하고 상식 이하의 공개적 비판은 어느모로 보나 이해하기 어렵다.
처분장 건설과 관련하여 최근 부안이외의 지역에서도 상당히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접지원금은 3,00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유치지역에 지원되는 규모는 조단위가 넘어선다. 어느 지역이나 지역경제가 점차 침체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지역경제 발전 지원은 좀처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지질적 여건만 가능하다면 유치 신청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처분장 건설은 이미 생성된 폐기물을 영구처분하는 것이다. 바다에 버릴 수도 없고, 남의 땅에 저장할 수도 없다. 아무리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국내에 처분장을 건설하는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처분장 부지를 확정 건설하느냐가 문제이지. 처분장을 건설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적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는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부안사태는 사건의 본질이 완전히 왜곡되어서 발생한 문제이지 사건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일어난 사태가 아니다. 이러한 사태를 보다 못해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유치해보자고 한 것이 서울대 교수 집단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시민단체라고 해서 모두 올바른 의견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 사건에서도 명백해지고 있다.
우리는 대다수 국민들도 복잡한 서울에 처분장을 건설해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에 쉽게 찬성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고의 지성을 가졌다는 그들의 양심을 높이 평가한다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 뿐이다.
외소한 우리 사회가 아무리 막가자는 세상으로 가고 있더라도 학자적 양심마저 짓밟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 총장도 이 문제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무어라해도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 지성의 전당이다.
구태여 처분장이 관악캠퍼스에 건설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이들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선봉에 서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국민들은 바랄 것이다. 학자적 양심을 걸고 학자적 행동을 실천에 옮길 때 다시 한 번 그들은 국민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 난제를 풀어가는데 서울대 교수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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