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行政은 말이 아니다
석유行政은 말이 아니다
  • 한국에너지
  • 승인 2004.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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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젤 차량용 경유의 절반 가량이 불량품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석유제품에 물을 타서 판매한다니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이다. 그것도 조사한 10개 주유소 가운데 5개 주유소가 그렇다고 하니 이쯤되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에서 멀쩡한 새차가 엔진고장이 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자 이달초 서울시내와 수도권 도시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주유소 10곳의 경유를 수거,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과 자동차제조업체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주유소 5곳이 연구소 2곳 모두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밝혀진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을 접하고 도대체 석유행정이라는 것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이 이러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을 산자부는 알고 있었는지, 절반에 가까운 주유소가 불량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도 정부는 전혀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석유품질검사소라는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험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는 점에서도 석유품질검사소 업무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유소 측에서는 석유제품의 수분함량이 기준치 이상으로 포함되어 있는 문제에 대해 탱크의 노후 등으로 인한 과실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물을 혼합시켜 판매했다는 점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수분함량이 기준치 이상인 석유제품을 판매한 주유소들은 모두 다른 주유소보다 리터당 20∼30원씩 싼 가격에 판매했다는 데서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은 마진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고의적인 행위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비자도 불량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가 늘어나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 소비자의 절반 가량이 주유소를 선택할 때 제품의 질을 따져보기 보다는 가격이 주요 선택 기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량석유제품이 판을 치고 있는데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곳은 산자부이다. 산자부는 산하에 석유품질검사소라는 기관이 있으며 불량제품을 조사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처벌을 통보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산자부가 유사 석유제품을 적발했다는 발표는 있었지만 수분함량이 기준치 이상인 제품, 다시 말해 물을 탄 석유제품을 적발했다는 발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는 석유품질검사에 무엇인가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판매업자들이 이같은 허점을 악용해 물을 탔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품질관리에 허점이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대목이다.
지금까지 석유 유통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유사휘발유와 무자료 거래로서 품질과 탈세였다. 그런데 이번에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이 발표한 물 탄 석유제품의 판매행위는 주유소의 절반 가량이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단순한 위법행위를 넘어선 사회 도덕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최근 정치인들의 거액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이 이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것이다.
석유제품은 세금의 비중이 높아 항상 불법거래의 발생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 가격이 오르면서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산자부는 항상 석유제품의 유통에 대해 감시의 눈길을 잠시라도 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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