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지열보급을 위해 지출했던 700억원의 추경예산 집행사업이 실패 작업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무슨이유로 실패 했는지는 차치하고 지경부가 보급사업을 총괄하던 에너지관리공단을 외면 한 채 지자체를 직접 상대하여 사업을 추진했던 배경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대목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배경이 이해되는 것 같다.
당초 예산을 지자체로 바로 보내주는 일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은 집행이 쉽지 않다고 반대 했으나 지경부는 그 위의 지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정도였다. 때문에 새 정부가 서두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재생에너지보급사업을 공단을 뒤로 한 채 지경부는 지자체와 직접 상대하는 방향으로 계속해 나갈 모양이다.
한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궤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정책집행의 변화는 새로운 정책수단의 개발이 아니라 공단을 배제시키기 위한 회피 수단이었음이 점점 드러나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지경부가 공단 사람들의 말을 이제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만나주지도 않는다” “언로가 막힌 것 같다”는 등의 말이 회자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하반기 지경부와 공단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갈등내용이 구체적으로 알수는 없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경부에서는 공단 사람들을 외면했던 것으로 들리고 있다. 그 골이 얼마나 깊은지 일각에서는 공단 이사장이 나서야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상하 두 기관의 갈등이 두 기관만의 감정싸움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간과 할 수 없는 문제다.
지경부가 만들어 내놓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정책은 공단과 갈등의 골이 깊다보니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경부의 업무를 모두 지원하는 형상이다.
에기평의 업무능력을 탓하기에 앞서 에기평은 실상 4명 정도가 공단에서 자리를 옮겨왔을 뿐 그 외의 직원들은 모두 신입 사원이다. 이러한 신생조직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원만하게 입안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프로가 없으면 몰라도 프로를 제치고 신출내기가 만들어내는 플레이에 국민들만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사회봉사를 유난히 강조한다고 한다. 우리사회에서 공직자에게 강조하는 것은 공사의 구분이다.
힘을 가진 지위에 있는 자가 사적 감정에 치우쳐 일을 하지 말라는 공통된 사회 윤리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하부기관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고 반발 할 때도 있다. 이는 업무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지 사적 행위가 아닌 것이다. 정책이란 본래 100% 옳은 것이 없다. 얼마나 이익을 보는 비율이 크냐 공정성이 있느냐 하는데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업무의 갈등으로 인해 집단적인 기관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업무상의 갈등은 그 기저에 소신이라는 것이 있다. 일을 함에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개인적으로야 무슨 원수진 일이 있겠는가 공과사를 구분하는 일이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임하는 자세임을 새겨야 할 때이다.
좋은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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